스위스 D2-2/쉴트호른 [흐린 날 쉴트호른, 비르그, 라우터브루넨, Schilthorn]

 쉴트호른(Schilthorn)

  블로그나 유튜브에 쉴트호른 여행기를 보면 전부 맑은 날에 찍은 이쁜 풍경 사진만 있다. 하지만 운 없게도 이날은 날씨가 너무 구렸기 때문에 포스팅을 쓸지 말지 고민을 했다. 고민하다가 그냥 이런 모습일 때도 있다~~라는걸 남기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쓰기로 했다.ㅋㅋ

  쉴트호른 가는 법은 이 글을 참고! ->쉴트호른 가는법

  아무튼 이제 마지막 곤돌라를 타고 쉴트호른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인터라켄부터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두 시간 남짓 걸렸다. 올라가면서 구름과 안개가 점점 자욱해졌다.

  8월 여름이었는데도 물이 다 얼어있었다. 올라가면서 추위가 느껴졌다. 아무 생각 없이 반팔에 바람막이 하나만 걸치고 왔는데 참 준비성이 없었다.ㅋㅋ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스위스 만년설에 갈 계획을 세워놓고 겉옷이라고는 바람막이 하나만 가져오다니..ㅠ



  이전 포스팅에서 비르그(Birg)에 대한 사진을 빠뜨렸는데 이게 비르그의 풍경이다. 구름과 안개가 정말 많아서 바로 앞만 보였다. 이 또한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라 신기하고 감탄이 나오는 풍경이었다!! 근데 그래도 보이는 게 너무 없어서 아쉬웠다. 사진 아래에 보이는 잔도(?)는 스릴워크(스카이워크)이다. 

  한번 내려가 봤다. 막 엄청 무섭지는 않았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날씨도 이상해서 좀 무서웠다. 이 넓고 높은 산 위에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는 게 너무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서 끝까지는 못 가보고 중간에 다시 돌아왔다.ㅋㅋ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쉽게도 나는 이날 이렇게 온통 새하얀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날씨가 좀 원망스러웠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높은 산꼭대기에서, 이런 분위기를 느껴봤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느껴진다. 이때 느꼈던 오묘한 분위기는 앞으로 느껴보기 힘들 것 같다.



  쉴트호른은 영화 007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곳곳에 007을 상징하는 여러 기념물이 있고, 실내에는 007 테마파크도 있다. 포토존도 많은데 날씨가 날씨인지라 사진찍기는 썩 좋지 않았다.ㅋㅋ



  건물 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회전 레스토랑이다. 근데 사람도 없고 뭐 특별한 것도 없어서 기념품 구경이나 했다. 스위스는 목각인형이 유명하다. 이쁘고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가격이 사악했다. 새끼손가락만 한 강아지가 19.5프랑이었다. 한화로 3만 원이다. 만 원 정도였으면 그래도 기념으로 하나 사볼 만한데 3만 원은 정말 아니었다. 비싸서 바로 내려놓았다.ㅠㅠ



  화장실에도 007 테마가 있다. 아쉽게도 007 영화를 안 봐서 별로 감흥은 없었다.



  혹시라도 날씨가 좋아질까 싶어서 좀 기다려봤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곤돌라에 고도계가 설치되어있었다. 해발 2,600m가 넘었다. 실감도 안 나는 높이였다. 언제 또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갈 기회가 있을까?



  곤돌라 아래로 양 몇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런 곳에 살다니 신기..!



다시 뮈렌

  비르그(Birg)와 쉴트호른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뮈렌(뮤렌)으로 돌아왔다. 날이 좀 개면 뮈렌을 좀 둘러보려고 했지만 구름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그냥 라우터브루넨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여러모로 좀 아쉬운 쉴트호른 일정이었다. 설산의 경치는 감상하지 못했지만, 구름과 안개는 실컷 보고 왔다. 너무 아쉬워서 나는 이날로부터 이틀 뒤에 쉴트호른에 다시 올라갔다.ㅋㅋㅋ 스위스 여행을 하면서 같은 곳을 두 번 가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다. 구경거리가 차고 넘치는 스위스에서 똑같은 곳을 이틀 동안 가다니!



  이틀 뒤에 다시 올라가서 본 쉴트호른은 더 멋졌고, 두 번 올라간 것에 대한 후회도 없었다. 구름이 잠시 걷히면서 나타난 경관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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