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D2-3/뮈렌, 라우터브루넨 [비오는 날 스위스, 유럽 공동묘지 이야기, Lauterbrunnen]

 다시 뮈렌으로

  쉴트호른과 비르그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뮈렌으로 다시 내려왔다. 내려올 때도 똑같이 비르그까지는 곤돌라를 타고, 비르그에서 다른 곤돌라로 환승해서 내려왔다. 날씨는 올라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고 구름이 많았다. 예보를 보니 다른 곳도 전부 비가 오고 있어 그냥 마을이나 좀 둘러보기로 했다.


  길 가다 만난 나무 아저씨. 올라갈 때는 못 봤었는데 내려오면서 발견했다. 아저씨들 패션은 전 세계 공통인가 보다.ㅋㅋ


  산악열차를 타러 가는 길이다. 안개가 점점 더 심해졌다. 하산할 때 산악열차와 곤돌라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내려가도 되지만, 반대 방향으로 짐멜발트(Gimmelwald)까지 트레킹코스가 잘 되어있으므로 걸어서 내려와도 좋다. 짐멜발트(김멜발트)에도 곤돌라 역이 있어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날은 그냥 빨리 내려가고 싶어서 바로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갔다. 근데 이틀 뒤에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날씨가 좋아서 짐멜발트쪽으로 걸어 내려갔는데 정말 좋았다!


  라우터브루넨으로 내려가는 곤돌라에서. 하루 종일 구름과 안개 속에 갇혀있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좀 트여서 좋았다.

라우터브루넨

  라우터브루넨까지 내려왔다. 스위스 기차역은 전부 파란색 배경에 흰색 글자로 되어있는데 이게 참 이쁘다. 색깔과 폰트가 스위스와 잘 어울린다.


  라우터브루넨은 정말 이쁘고 멋진 동네였다. 스위스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림 같고, '스위스는 진짜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동네였다.

  그리고 구름과 안개로 가득했던 이날의 날씨가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구름 뭉치가 뚝 떨어질 것 같은 느낌?ㅋㅋ 신비한 분위기였다.


  스위스 여행 중 비가 온다면 라우터브루넨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폭포 빼고 특별하게 볼 건 없지만, 이쁜 마을을 구경하고 특별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인터라켄에서 멀지 않다.


  라우터브루넨을 좀 걸어보기로 했다. 양옆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협곡 마을 느낌이 났다. 라우터브루넨에도 숙소가 꽤 많다. 샬레라고 불리는 스위스 전통 가옥이 많다. 처음에 여행 계획을 했을 때 이곳에 숙소를 잡으려고도 고민했었는데, 남아있는 방도 없고 비싸기도 하고 위치도 약간 애매한 감이 있었다. 근데 막상 와보니깐 하루쯤은 이곳에 숙소를 잡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라켄은 너무 관광지 느낌이 나는데 이곳은 좀 덜하다.


  도로 옆 풀밭에 소가 있었다. 딸랑딸랑거리는 워낭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폭포가 있었다. 폭포가 있는 줄 몰랐는데 라우터브루넨의 랜드마크(?) 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슈타우바흐 폭포'라는 곳인데 이 폭포를 배경으로 한 마을이 정말 멋있었다.


공동묘지

  마을 한가운데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공동묘지라니,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특이한 건 모든 묘지의 가로, 세로 크기가 같았다. 일부러 이렇게 크기를 똑같이 다 맞춘 것이다. 이게 법으로 정해져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죽어서까지 빈부격차로 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차별적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무덤 크기에 제한을 둔다고 한다. 아무튼 이쁜 폭포가 있는 마을 한가운데에 공동묘지라니, 좀 무섭기도 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평면적 크기에 대한 제한이 있는 대신, 비석과 장식은 자유롭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석의 모양이나 크기, 그림 등 형태는 다 달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곳을 둘러보는 게 좀 내키지 않았지만, 보다 보니깐 볼만한 요소들이 많다고 느껴졌다. 개개인의 삶과 직업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적당히 돌아보고 폭포로 향했다. 가까이 가보니 폭포가 생각보다 훨씬 높고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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