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D2-5/하더쿨름 [인터라켄 전망대, 하더쿨룸, Top of Interlaken, Harder Kulm]

하더쿨름(Harder Kulm, 하더쿨룸)

  하더쿨룸은 인터라켄 북쪽에 있는 곳이다. 인터라켄 동역과 가까워서 보통 관광객들은 동역에서 걸어가는 편이다. 하더쿨룸에서 푸니쿨라(관광 산악열차 느낌?)를 타고 올라가도 되고, 정상까지 하이킹해도 되지만, 대부분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간다.



  반대쪽이 하더쿨름 입구이다. 푸니쿨라가 올라가는 철길이 쭉 뻗어있다. 근데 위로 안개가 자욱한 게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그래도 점점 해가 밝아졌고,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날씨는 어쩔 수 없는 거고 바꿀 수도 없다. 어제는 좀 짜증이 났지만, 오늘은 그래도 이것도 운명이겠지~~ 하고 넘겼다.ㅋㅋ



  물 색깔이 정말 오묘하고 신기하다. 이때 직접 봤을 때 느낌이랑 지금 사진으로 보는 게 또 느낌이 다르다. 파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에메랄드빛이 나는데 이쁘면서도 오묘하게 무서운 색이기도 하다. 그리고 색이 탁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색이다. 비가 그쳐서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푸니쿨라의 배차간격은 약 30분 정도이다. 내가 여행할 당시 30 몇 프랑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오른 것 같다. 스위스 패스로는 50% 할인이 되고, vip 패스가 있다면 무제한 무료였다.

  화장실에 갔다 오니 날씨가 갑자기 돌변했다. 잠깐 내릴 소나기일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입장권도 이미 샀고, 마땅히 다른 곳 갈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푸니쿨라라는 걸 이때 처음 타봤는데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꽤 많이 올라가서 귀가 먹먹하기도 했다.



  쭉쭉 올라갔다. 인터라켄이 점점 작게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에 터널도 하나 지난다. 터널을 나오니 구름이 더 많아져 있었다.



하더쿨름 정상

  정상에 도착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전에 갔던 쉴트호른보다 심각했다. 쉴트호른에서는 그래도 바로 앞은 보였었는데 여기서는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 마을에 온 기분이었다. 안개도 안개였지만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베트남에서 겪었던 스콜이 생각났다.ㅋㅋ



  이 젖소가 있는 곳이 원래 정말 유명한 포토존 중에 한 곳인데 이때는 참 볼품없어 보였다. 이곳의 명칭은 'Two Lakes Bridge" 즉, '두 호수 다리'이다. 인터라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근데 전망대고 포토존이고 뭐고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였다.

  아주 흐릿하게 잠깐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금세 안개가 다 가리곤 했다. 그냥 포기하고 내려갈지 굉장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인도 출신에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아저씨였는데 휴가로 스위스에 놀러 왔다고 했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 100%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스위스에서 만난 첫 동행(?) 이었다.



  내가 그냥 내려갈지 고민 중이라고 하니깐 이 아저씨가 '어차피 너 내려가봤자 갈 데 없을걸? 그냥 여기서 기다리자. 난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자꾸 나를 설득했다. 아마 혼자 기다리기 심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이 아저씨랑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둘이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생겨서 안녕하세요! 라고 했더니 영어로 뭐라고 계속 말했다. 알고 보니 외모만 한국인이었고 미국 사람이었다.ㅋㅋ 아무튼 이렇게 3인팟이 만들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다.



Top of Interlaken, Harder Kulm

  올라와서 두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구름이 좀 걷히기 시작했다. 하나도 안 보였다가 구름이 싹 걷히면서 인터라켄이 딱 나타났는데 이 순간이 정말 멋졌고 감동적이었다!! 왼쪽에 보이는 호수가 브리엔츠(브리엔쯔) 호수이다.

  두 시간 잘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안갯속을 뚫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해적선 느낌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호수는 튠 호수이다.

  인터라켄의 뜻이 '호수의 사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왜 그렇게 불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점점 더 구름이 걷히면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 가운데에 있는 동그랗게 생긴 것은 경기장이라고 한다. 감동이 몰려온 순간이었다.



  가장 선명하게 보일 때 찍은 사진이다.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본 풍경이어서 그런 걸까, 왠지 모르게 약간 눈물이 찔끔 났다. 사진이 그때의 풍경과 느낌을 담기에 너무 부족하다.



  경치만 1시간 정도 봤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배가 고파졌다. 나랑 미국인은 추워서 내려가고 싶었는데 인도인은 계속 있고 싶어 해서 좀 기다려주다가 푸니쿨라를 타고 다시 내려갔다.



  구름이 싹 걷히면서 옆에 있던 산이 나타나는 모습..!



  더오래 있고 싶었지만, 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아까 봤던 젖소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더쿨름은 정말 멋진 곳이다.



  내려가기 직전에 표지판을 놓치지 않고 찍었다. 이 하더쿨름 표지판 디자인이 정말 맘에 든다.



하더쿨름 동물원

  내려갈 때는 날씨가 더 좋아져서 주변 경치가 잘 보였다. 올라올 때는 사람들 표정에 근심이 가득했는데, 내려갈 때는 사람들 표정이 다 밝아져 있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ㅎㅎ





  길을 걸어가다가 깜짝 놀랐다. 살면서 본 달팽이 중 가장 크고 뚱뚱한 달팽이였다. 정말 징그러웠다.



  하더쿨름 옆에는 동물원이 있다. 근데 말이 동물원이지 사실상 그냥 몇 마리 키우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동물원을 기대하고 가면 정말 실망할 것이다. 짧게 둘러보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도 많은데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길 가다가 나타난 넓은 잔디밭.. 동네 한가운데 울타리도 없이 이런 곳이 있었다. 잠시 앉아서 쉬다가 숙소로 복귀했다.



  저녁은 햇반과 컵라면, 그리고 반찬 몇 가지로 해결했다. 컵라면을 유럽 둘째 날부터 까버렸다.ㅋㅋ 가지고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중국인 가족 여행객은 요리를 막 하던데 내 밥이랑 비교가 좀 돼서 빨리 먹고 올라갔다. 왜냐하면 나 혼자 너무 초라한 밥을 먹고 있는 느낌이 갑자기 확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말 맛있었던 컵라면이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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