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D7-2/티틀리스 [만년설에서 눈썰매, 아이스 플라이어, Titlis, Ice Flyer]
티틀리스는 루체른에서 엥겔베르그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2시간쯤 걸리는 곳이다. 해발 3,020m인 티틀리스는 루체른 3대 명산 중 유일하게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이었는데도 진짜 눈이 많았다!!
참고로 '스위스패스' 소지자는 이용 요금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엥겔베르그에 내려 케이블타고 올라가는 길..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려오는 케이블카, 올라가는 케이블카 모두 다 텅텅 비어 있었다. 혹시 나밖에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살짝 긴장됐다.
근데 올라갈수록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아래에서는 분명 맑고 좋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점점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웹캠을 미리 확인하고 올걸.ㅠ 근데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곳엔 의외로 곳곳에 인도 셀럽(?) 포스터가 있었고, 실제로 인도, 중동에서 온 여행자가 꽤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가족이다. 태어나서 눈을 오늘 처음 봤다고 막 신나 했다.ㅋㅋ 어른들이 애들처럼 눈을 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티틀리스는 정말 추웠다. 다른 산은 그래도 반팔에 바람막이로 버틸 수 있었는데 여긴 정말 추웠다. 기념품 가게에서 무료로 받은 빵모자를 푹 눌러쓰고 지퍼를 끝까지 올린 채 덜덜 떨며 돌아다녔다.
얼음 동굴은 관광용으로 만든 것 같았지만 꽤 괜찮았다. 근데 안에 사람이 없어서 좀 무서웠다.ㅋㅋㅋ
얼음 동굴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가뜩이나 눈이 많아서 온통 하얀 곳인데 안개까지 이렇게 끼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보였다. 여름이었는데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그 와중에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발견했다. 그 옆에서 아까 만났던 사우디아라비아 가족을 다시 만났는데 서로 눈싸움을 하면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순수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아이스 플라이어(Ice Flyer)
아래로 내려갔더니 케이블카가 하나 더 있었다. 근데 추가로 돈을 내야 했다. 위 사진과 같은 케이블카인데, 이용권이 10몇 프랑이었다. 만원을 넘게 주고 이걸 탈 가치가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온 세상이 새하얀데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돌아섰는데 검색을 해보니깐 타고 내려가면 눈썰매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언제 만년설에서 눈썰매를 타보겠어!!
맑은 날씨였으면 위에 홍보사진처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정말 새하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람도 없었다. 마주 오는 케이블카는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ㅋㅋ 여기서 진짜 무서웠다. 해발 3,000미터에 몸은 춥고, 보이는 건 없고, 들리는 소리는 케이블카 밧줄이 끼익 끼익하는 소리뿐..ㅠ
그냥 신비로운 세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이런 신비로운 분위기를 다시 경험할 날이 있을까?ㅋㅋㅋ
여긴 좀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진짜 나밖에 없는 건가? 솔직히 여기서도 좀 무서웠다.ㅋㅋㅋ 여기서 누가 날 밀어버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다행히(?) 4명 정도 썰매를 타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고 있는 직원도 한 명 있었다. 직원은 패딩과 모자로 무장한 채로 쓸쓸하게 앉아서 썰매를 지키고 있었다.ㅋㅋ 웃긴 건 앞에 팁 박스도 만들어 놨다는 거.ㅋㅋ
티틀리스산 직원 중 가장 힘들어 보였다. 눈썰매는 한국에서 타는 그런 큰 눈썰매는 아니고 그냥 엉덩이만 살포시 얹어서 가는 그런 썰매였다.
눈썰매 영상. 생각보다 빠르고 재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추웠다. 하필 바지가 청바지여서 몇 번 구르니깐 엉덩이가 얼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만큼 즐거웠다. 5번 정도 탔다.ㅋㅋ
솔직히 날씨도 안좋았고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무엇보다 만년설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그날의 분위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온 것 같아서 여운이 많이 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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