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D6/인터라켄 [어드벤처 파크 인터라켄, 숲속 액티비티, Interlaken Adventure Park]

 그린델발트 마지막 날

  그린델발트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7박으로 계획한 스위스 여행 중 벌써 6일 차. 인터라켄 3박, 그린델발트 3박을 마치고 내일이면 루체른으로 떠나야 하는데,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지 아침에 일어나서까지 고민이었다. 스위스 패스 8일권을 가지고 있었으니,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무료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보로 생각해 둔 3가지가 있었다.



  그 유명한 마테호른을 보러 체르마트 당일치기, 아니면 곰의 도시로 유명한 베른 당일치기, 마지막으로 패러글라이딩, 이렇게 3가지를 한국에서 생각해 왔었다. 물론 3가지 다 하는 게 최고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우선 마테호른은 제외했다. 산은 충분히 많이 봤고, 루체른에 가서도 티틀리스산에 한 번 더 올라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2번도 고민 끝에 제외했다. 왕복 4~5시간이 걸리는데 장거리 기차여행은 몽트뢰, 브베, 로잔으로 이어졌던 라보 지구 여행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패러글라이딩이었다. 2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솔직히 하고 싶기는 했다.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ㅋㅋ 이날도 마찬가지로 벨뷰 핀트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었다. 메뉴는 아쉽게도 매일 똑같았지만 배는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뭐 다른 건 없나 찾아봤다. 유랑 카페도 뒤져보고 구글링도 하다가 뭔가 번뜩 생각났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슬쩍 스쳐 지나갔던 인터라켄 어드벤처 파크(Interlaken Adventure Park)가 생각났다. 결정을 잘 못하는 나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건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바로 어드밴처 파크였다!ㅋㅋ



  인터라켄 어드벤처 파크는 인터라켄 서역 근처에 있는 테마파크이다. 산속에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넘고 장애물을 넘고, 줄을 타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위 유튜브 영상을 보면 감이 확 올 듯!



  인터라켄 서역에서 걸어가는 길,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새로운 인터라켄을 만날 수 있었다. 주택가를 지나 공장지대를 통과하고 드넓은 밭도 있었고.. 마치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았다.



인터라켄 어드밴처 파크

  산속 어딘가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거의 다 왔다. 밖에서 보니 이곳은 완전히 나무월드(?) 였다.ㅋㅋㅋ


  도착해서 일단 건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이용권을 구매하고 락커에 짐을 보관했다. 짐을 다 넣고 스태프가 장비를 가져다줬다. 자석으로 작동하는 이곳의 특수 고리가 있다.

  그리고 건물 옆에 있는 연습장에서 장비 사용법을 교육받고 실습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좀 어려웠는데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근데 실전에서 이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좀 고생했다.ㅠ


  입장하고 보니 이곳은 완전히 원숭이 동물원 수준이었다.ㅋㅋ 사진에서 보이는 공간이 다가 아니고 더 크다. 한국인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하긴 그렇게 유명한 곳도 아니고, 알프스를 보러 가는 스위스에서 이런 곳에 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제로 구글링해 봐도 한국인 리뷰는 잘 없다.ㅋㅋ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밌었다. 그래도 혼자서 3시간 넘게 신나게 잘 놀았다.ㅋㅋ


  여기가 시작 지점인데 꽤 높다. 난이도별로 색깔이 다른데 코스를 하나씩 클리어하는 재미가 있었다. 내 장비가 이상한지 가끔 말썽이었다. 고리가 잘 안 빠져서 끙끙대고 있었는데 한번은 뒤에 있던 애가 갑자기 고리를 팍 빼는 바람에 입술이 찢어지고 앞니가 하루 종일 얼얼했다. '야이 18롬아' 욕이 절로 나왔다.ㅋㅋㅋ 다행히 이틀 정도 지나니 상처가 다 아물었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힘과 균형감각이 필요해졌다. 중간에 발이 빠져서 우는 애도 있었다.ㅋㅋ 힘이 부족해서 나오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고..

  신나게 잘 놀고 장비를 반납할 때 스태프가 '혼자 3시간이나 놀았네요?!'하며 놀랐다. 아마 나만큼 혼자 열심히(?) 논 방문객은 처음이었나보다.ㅋㅋ



  따로 이용 시간 제한은 없었다. 몇 시간에 얼마, 이렇게 가격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1인당 얼마 이렇게 되어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는 길, 한적한 시골길에서 소 떼를 만났다. 돌아가는 중간에 벤치에 앉아서 여유도 즐기고. 너무 혼자 논 것 같아서 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건네 봤는데, 어떤 이는 웃으며 받아주고 어떤 이는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뭐 나도 평소에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하는 타입은 아니니깐.ㅋㅋ



  인터라켄 외곽은 정말 한적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겨우 걸어서 20분 밖인데 말이다.



만찬!

  6일 동안 햇반과 라면, 그리고 coop으로 연명하다시피 한 나를 위해, 그린델발트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럭셔리하게 먹어보기로 했다. 5만원짜리 스테이크 한 접시..!!

  비쌌지만 한 번쯤은 그래도 이런 걸 먹어봐야지!!ㅋㅋㅋ 상당한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숙소로 돌아가 떠날 준비를 했다. 패러글라이딩을 못 했다는 게 아직도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그린델발트에서 3일 동안 알차게 잘 놀았다.

  이제 루체른이다. 내일의 루체른을 기대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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