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D5-2/달랏 [퐁구르 폭포(퐁고르 폭포), 가는법, Pongour Waterfall]

달랏 퐁구르 폭포, 퐁고르 (Pongour Waterfall)


  오토바이 렌트 후 달랏 퐁구르 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퐁고르 폭포는 달랏에서 꽤 멀다. 구글맵 상으로 차로 1시간 이상이라고 나오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 실제로 2시간은 잡고 가야 한다.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멀어서 비용이 많이 나온다. 1시간 동안 택시 타는 것은 아무리 베트남이라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서 멀기도 하고, 오토바이 타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전날까지도 갈지 말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퐁구르 폭포 사진을 보고 한 번 가보기로 결심했다.



  폭포가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생겼다. 이런 사진을 보고 꼭 가보고 싶어졌다.

  내가 빌린 오토바이..

출발!

  동네가 작아 근교로 나오니 완전 시골길이 펼쳐졌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그냥 산이다.


  길에 소가 이렇게 몇 마리씩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해서 오토바이에서 내려 구경을 좀 했다. 주변에 주인도 없었다. 그냥 이렇게 사는 소들인 걸까..?

  계속 산길을 따라 달렸다. 그래도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좀 더 달리니 완전히 비포장인 도로가 많이 등장해서 고생을 좀 했다. 오토바이 고장 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엉망인 길도 많았다.

  1시간쯤 달렸을까? 멋진 풍경이 펼쳐져서 지겹지는 않았다. 여담인데 돌아올 때는 좀 힘들었다. 비도 오고, 몸도 피곤하고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었다ㅋㅋ 달랏의 여름은 비만 오지 않는다면 완벽한 날씨다..


  산사태가 난 도로도 꽤 있었다. 복구 중인 도로도 있었고 복구가 다 돼서 흙으로 갈색이 된 도로도 있었다. 스콜이 세긴 세다.


  길에서 한국말이 써진 버스를 봤다. 한국의 버스를 수입한 것 같다. 버스에 "행운을 빌어요"라고 쓰여있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한글을 봐서 반갑기도 했고, 내 여행에 행운을 빌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달리다 보면 황무지도 많이 보였다. 돌밭이다. 나중에는 막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도시가 되려나?

  달리다가 작은 마을을 몇 개 지나쳤는데 정말 깡촌이었다. 달랏 시내가 대도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깡촌이 많았다. TV에서 보던 소수민족 마을과 비슷한 동네를 몇군데 지나왔는데 오토바이 타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고프로를 들고 가서 오토바이 타면서 영상을 찍었으면 정말 재밌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 그리고 퐁구르 폭포 도착 20분 전쯤, 내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 서양인을 만났다. 이 외국인한테 이게 퐁구르 폭포 가는 길이 맞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해서 길을 잘 찾아온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근데 이 외국인이 나에게도 질문을 했는데 나는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외국인이 "여기가 달랏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이 맞나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이 외국인은 퐁구르 폭포에서 달랏까지 걸어서 가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두 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맞긴 맞는데 엄청 엄청 멀다"라고 했다. 걸어서 달랏까지 잘 도착했으려나..? 모르겠다.


퐁구르 폭포 도착

  2시간을 달린 끝에 드디어 퐁구르 폭포에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주차하고(주차료 6000동)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근데 주차장에서부터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폭포 소리가 진짜 대단했다. 나무 사이로 퐁구르 폭포가 살짝 보이는 순간, 나는 당황했다. 내 눈앞에 떨어지는 폭포는 내가 기대했던 퐁구르 폭포가 아니었다.

  구글맵 리뷰를 찾아보면 대부분 깨끗하고, 깔끔하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퐁구르 폭포 사진이 많다. 근데 내 앞에 펼쳐진 퐁구르 폭포는..


  이랬다. 폭포 소리가 이 공간을 완전히 압도했다. 엄청나게 많은 물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오후가 되면서 먹구름까지 가득해지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돋우었다. 타잔에서 보던 밀림이 떠올랐다. 아마 구글 지도에서 봤던 사진들은 전부 건기에 찍은 사진이 아닐까 예상한다. 나는 우기의 절정인 8월에 갔기 때문에 유량이 엄청났던 것이다!!


  폭포쪽으로 내려가 봤다. 대부분 현지인이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았고, 게임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줄 알았는데 100명정도가 판을 깔고 놀고 있었다. 물론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폭포가 너무 세서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얼굴에 물방울이 다 튀겨서 앞을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진만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동영상도 그때 그 느낌을 완전히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진보다는 낫다. 꼭 소리를 켜고 봐보길 바란다.

  사실 가서 밥을 먹거나 일행과 간 게 아니라면 그렇게 오래 있을 곳은 아니다. 안에 들어가서 물놀이도 못하고.. 그러나 폭포 자체의 임팩트가 굉장하기 때문에 나는 투자한 시간과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내가 기대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물안개가 자욱하다.


퐁구르 폭포(퐁고르 폭포) 정리

1. 이쁘고 깔끔한 폭포를 보고 싶다면 건기, 이렇게 압도적이고 강한 폭포를 보고 싶다면 우기에 방문하면 된다.

2.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체력, 그리고 여행 동선을 잘 고려해봐야 한다.

3. 퐁구르 폭포 하나만 보기에는 여기까지 온 게 약간 아쉽기도 하다. 만약 이곳에 가기로 결심했다면, 달랏으로 돌아가는 경로에 코끼리 폭포와 메린 커피 농장(미린 커피 농장)이 있으므로 세군데를 다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달랏 시내 → 퐁구르 폭포 → 코끼리 폭포 → 메린 커피농장 → 달랏 숙소 복귀 루트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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